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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lixir/▒▒ 생각해보기

그래서 동물병원비가 얼마라는 거야? _ 정책 알아보기Ⅱ : 표준수가제

표준의료수가제란 ‘표준’이 되는 의료수가를 정하는 것으로 지정항목ㆍ적용방법 등으로 구체화됩니다. 내년이면 동물의료 표준수가제 폐지된 지 20년입니다. 오래전 일이라 수가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표준수가제는 왜 없어졌을까? 1999년 IMF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시장개혁의 일환으로 ‘카르텔일괄정리법’이 제정되어 20개의 카르텔이 폐지됩니다. 이 중 하나가 동물병원 진료비 카르텔입니다. 표준수가를 수의사회가 정했기 때문에 담합의 문제가 있어 이를 막고, 자율경쟁을 통해 진료비를 낮추자는 취지로 폐지되었습니다.

 

하지만, 보호자의 알권리와 선택권 보장은 물론 자율경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책1) 2017년 1월 (사)소비자교육중앙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동물병원비가 비싸다’는 응답이 70.7%였고, 2017년 7월 KB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 병원비용이 정책적으로 통일이 필요하다’가 80.6%, 현재 양육중인 가구에서는 95.0%가 동물병원비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표준수가제는 계속 이야기가 나오다가 20대 총선, 19대 대선, 농림부의 관련 정책토론과 정책연구 등으로 동물병원비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모든 동물병원비를 통일하자니 동물의료서비스에도 질적 차이가 있을 것 같고, 표준 수가를 정해 권고하자니 안 지키면 그만 아닌가라는 불안감에 참조되는 사례가 독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표준수가제가 폐지되던 1999년, 독일은 표준수가제를 완성시킵니다. 가격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동물병원이 가격이 아닌 질로 경쟁하게 하여, 동물과 보호자의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독일의 표준수가제는 의료서비스 하나하나에 수가를 책정하는 행위별 수가제입니다. 수의사가 표준수가를 정할 수는 없지만, 정해진 표준수가의 1~3배내에서 자율 책정할 수 있습니다. 표준수가 이하로 책정할 수 없도록 해 서비스 질의 하락을 방지하고, 특수 상황(거리, 시간, 수가 미지정 항목 등)에 대한 할증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2017년 7월 독일연방은 표준수가를 9년 만에 12% 인상했습니다. 수의사회는 최소 20% 인상을 요구했지만, 표준수가는 수의사와 보호자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해야한다는 수의사법에 따라 12%로 결정되었습니다. 동물복지 교과서라는 독일이기에 가능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간헐적으로 표준수가제 도입 요구가 있었지만 ‘어떤’ 표준수가제인지는 담고 있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고, 이 논의에 보호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간단하게 우리도 의견을 공유해 볼까요? (설문은 아반강고에 있습니다.)

 

표준수가를 ‘누가’, ‘어떻게’ 정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보호자는 수의사가 표준수가를 높게 책정할까 걱정하고, 수의사는 표준수가가 후려치기 될까 걱정합니다. 서로의 신뢰가 바닥인 상황, 상생의 합의를 이끌 제 3의 기관이 필요합니다. 수가 책정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먼저 현재의 진료비를 조사ㆍ분석해야하고, 항목을 분류하고, 진료 표준도 만들어야합니다.

 

더불어 보호자가 납득하도록 이해를 돕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은 입양단계에서 병원비를 고려하지 못 합니다. 막상 병원에 가면 제대로 진료를 받은 것인지조차 알 수 없게 정보가 차단되어 있습니다. 해외 동물병원비와 비교하거나 보험이 없어서라며 진료비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진료비가 어떻게 산출된 것인지를 보호자에게 설명해야합니다.

 

 

 

반려동물이 아프면 사실상 동물병원 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행여 반려동물에게 해코지라도 할까, 수의사 앞에선 전전긍긍하는 것이 보호자입니다. 간혹 표준수가제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보호자와 수의사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해 하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공정거래법은 사업자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으로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되고 있다’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은 공시제 편에서 다뤘습니다. 뿐만 아니라 동물병원의 진료행위를 평가하고 관리ㆍ감독할 기관의 부재 속에 보호자의 불만은 방치돼 왔습니다. 보호자가 경제의 주체로서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을 공정한 시장이라 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경제 이야기에 배제된, 실제 진료를 받는 동물들.
동물권이 헌법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도 ‘생명’인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생명과 직결되는 동물의료를 경제논리로만 바라보면 동물병원은 서비스업, 수의사는 사업자, 보호자는 소비자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 합니다.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동물을 대하는 방식으로 판단할 수 있다_마하트마 간디”

(The greatness of a nation and its moral progress can be judged by the way its animals are treated. Mohandas Karamchand Gandhi)

 

 

[∞◆ Elixir/▒▒ 생각해보기] - 수의사회의 동물병원비 담합?! _ 정책 알아보기Ⅰ : 공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