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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lixir/▒▒ 생각해보기

수의사회의 동물병원비 담합?! _ 정책 알아보기Ⅰ : 공시제

지난 정부부터 동물병원비 문제에 항상 따라다니는 것이 수가제와 보험입니다. 농림부는 2017년 초에 발주한 ‘반려동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소비자 진료비 부담 완화 방안’ 정책연구 결과를 토대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개요에서 밝힌 것처럼 ‘수가제ㆍ공시제ㆍ보험’을 다룬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전 조사는 충분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지난 12월 이 정책연구의 공청회를 다녀왔습니다. 안타깝게도 역시나 현황 파악이 되어 있지 않음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http://www.prism.go.kr

 

연구 타이틀을 다시 읽어 볼까요. ‘반려동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소비자 진료비 부담 완화 방안’ 이 연구는 ‘반려동물 산업 활성화’가 목적일까요, ‘소비자 진료비 부담 완화’가 목적일까요? 국회, 민간 주관 토론회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정책의 수혜 대상이 명확하지 않으면, 수혜 대상이라 오해했던 대상은 더 실망하게 됩니다.

 

보호자가 ‘동물병원비가 비싸다ㆍ부담된다‘라고 하면, 동물병원은 ’보험이 안 되어 상대적으로 비싸 보일뿐 해외와 비슷하다 혹은 해외는 더 비싸다‘라고 답하고, 보험사는 ’진료비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 동물등록과 공시제ㆍ수가제 등이 필요하다‘라고 합니다.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다보니 도돌이표입니다.

 

수가제ㆍ공시제ㆍ보험은 동물병원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수가제부터 시작하려했는데, 지난 주, 동물병원 진료비 공시제가 발의되어 여기부터 짚고 갑니다.

 

의료수가 공시제란 병원, 약국 등에서 받는 의료 서비스 비용을 공개 게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다시 공시의 목적ㆍ범위ㆍ방법 등에 따라 구체화됩니다. 공시제는 진료비를 낮춰주는 제도는 아닙니다. 정보공개로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 등을 보장하고, 의료기관의 자율경쟁을 유도합니다.

 

영국(EU를 탈퇴중이지만)을 비롯한 EU 국가들은 동물병원이 보호자에게 진료비나 예상 진료비 등의 정보를 제공하도록 해, 홈페이지 등에서 쉽게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미국(AAHA), 캐나다(CVMA) 등은 진료비는 물론 동물 의료 서비스 전반에 대해 조사해, 동물병원이 진료비를 책정할 때 참조하도록 합니다. 공시가 의무는 아니더라도, 수의사가 보호자에게 비용을 사전에 고지하고 충분한 설명을 하도록 합니다.

 

그래서 보호자는 불만이 없는가? 그렇진 않습니다. 다른 나라 보호자도 동물병원 진료비가 비싸다고 꾸준히 토로하고 있고, 진료비를 감당하지 못 해 방치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때문에 보험 개발, 저소득층에게 재정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이나 기금 마련, 동물보건소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www.aaha.org / www.abbeyvets.co.uk / www.metrotownanimalhospital.ca

 

동물병원 진료비 공시제 관련, 가장 최근 발의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동물병원이 진료비를 고지ㆍ게시하도록 하고, 농림부가 진료비 현황을 조사ㆍ분석해 결과를 공개한다는 것입니다.

 

병원 방문 전에 병원비가 얼마정도일지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합니다. 병원비를 계산할 때 비로소 알게 되는 경우도 꽤 있고, 바가지를 쓰진 않았는지 궁금해 하는 보호자도 많습니다. 진료비 공개는 이런 보호자의 답답함을 해소하고 비용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의무 불이행에 대한 벌칙이 없으면 시행될지 의문입니다. 현재도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 또는 처방전의 발급수수료를 고지ㆍ게시할 의무가 있으나 찾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는 비용뿐 아니라 수의학과 동물병원 진료에 대한 정보가 많이 제한돼 있어, 보호자가 동물병원을 비교하고 선택하기에 어려운 환경입니다. 동물병원에 대해 다각도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가격정보만 제공되면, 가격과 질을 정비례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합리적으로 소비하길 원하는 보호자에게 충분한 정보제공을 하는 정책이 함께 요구됩니다.

 

지난 주 국회로 돌아가 보죠. “의료수가공시제법을 통해 적정한 동물병원 진료비 경쟁 유도가 필요하다” 이 말은 현재 자율경쟁이 안 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동물병원이 서로의 병원비를 몰라서 자율경쟁을 못 하고 있는 것일까? 에 대한 고민 중에 안타까운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영상에서처럼 일부 수의사회가 진료비 하한선을 정해 종용한다면, 공시제 시행여부와 관계없이 자율경쟁은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