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장마였는데, 여긴 그냥 비 좀 내리다 말았네요.
맑게 갠 햇살을 받으며 놀고 있는 제 반려동물 다리와 파니에요^^
나물과 장아찌를 만들 채소들을 사왔는데, 깻잎순 무더기에서 요 두녀석이 뙁~!
첨엔 소리지르고 물러섰다가 버릴 수 도 없고, 데려다 줄 곳도 당장 없어서 임시거처를 찾았어요.
이 집에 초록이들은 너무 창가에 있고, 달팽이가 놀만한 공간이 안 되더라고요. 급한대로 TV옆 금천죽 화분에 올렸어요. 달팽이집을 만들어 줄까 했는데, 보통 집으로 만드는 통보다도 넓고, 돌아다닐 수 도 있으니 덜 답답하겠죠.
너무 춥겨나 더우면 안 되는데, 실내라 그건 괜찮고...소음도 스트레스가 된다는데, 화분이 TV옆이라 ㅜㅜ TV 잘 안 보니 시끄러울 것 같으면 화분 잠시 옮기고 봐야할까요^^?
달팽이가 줄기를 타고 이동하겠거니 했는데, 더듬더듬 위에 잎이 있는 걸 확인하더니 몸을 쭈욱 늘려서 위에 있는 잎에 착~ 닿기만하면 몸을 통째로 당기더라구요. 엄청 유연함....아 그래...너희는...ㅋㅋ
달팽이 느리다더니 완전 빨라요. @.@
환경이 바뀌어서인지...뭐 얘들도 많이 놀랐겠죠. 이틀정도 잠만 자길래 도감을 뒤졌더니 건조하지 않게 해주래서 스프레이로 물을 자주 뿌려줬더니 활동성이 좀 늘었어요. 비가 내린 것처럼 해주면 좋아하네요^^ 야행성이라 밤에 잘 놀아요. 새벽에 기습으로 불켜 봤더니 오르락 내리락 잘 놀고 있더라고요.
패각 튼튼해 지라고 달걀껍질도 줬어요. 음식은 매일 바꿔주고 있어요. 상추, 양상추, 오이도 잘 먹고 맛과 향이 강하거나 매운 것만 아니면 채소류는 다 잘 먹는 것 같아요. 이틀이나 먹은 흔적이 없어서 기운 좀 차리라고 참외를 넣어 줬더니 파니는 이미 정신줄 놓고 흡입 중 ㅋㅋ
다리도 달걀껍질에서 건너와서 합류~ 먹는 것과 그냥 서 있는 것을 구별하지 못 했는데, 오늘보니 먹을때 더듬이가 음식을 향하고 있더라고요. 더 자세히보면 입을 오물오물하는 것도 보여요^^
다리가 파니보다 조금 커요. 그렇다고 잡아 먹을 정도는 아니에요. 크기 차이가 너무 나면 잡아먹는다고 ㅠㅠ
둘 사이가 나빠 보이지 않죠? 부디 잘 지내주길 바라고 있어요^^
달팽이는 폐로 숨을 쉬어요. 반투명한 패각 안으로 숨쉬는 것을 볼 수 도 있어요. 너무 신기 ㅜㅜ
낮에 항상 놀고 있는 건 아니고요. 한낮엔 해를 피해 잎뒤에 붙어서 요로고 잠을 자요. 얼굴 거냈다가 아직 아닌 듯 싶으면 다시 들어가서 자고를 반복하죠. 금천죽 잎에 먼지 좀 다 닦아야겠어요. 응아도 치워줘야 하고요.
원래는 임보를 하려던 것이었는데, 근처 공원은 오히려 더 위험할 것 같아서 멀리 밭에 갈 수 있게 되는 날까진 함께 지내려해요. 명주달팽이로 보이는데, 야생에선 더 오래 산다고 해서 최대한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겠어요.
화분에 채소 올리고, 계속 쳐다보고 사진찍고 하니 번개가 '누나 왜 그래?'바라보다가, 안 놀아준다고 잠들어 버렸어요. 화분을 향해 귀여워 귀여워를 남발했더니 살짝 삐진 것 같기도 해요.
번개가 달팽이와 친하게 지내는 건 어렵겠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