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Elixir/▒▒ 수의학_내분비

호르몬(Hormone)과 내분비계(Endocrine system)

내분비계는 신경계와 소통하며 성장과 발달·신진대사·신체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호르몬으로 정보를 전달해 생리기능을 조절합니다. 호르몬이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떻게 운반되고 어떻게 정보를 전달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면 호르몬 관련 질환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각각의 호르몬으로 들어가기 전에 호르몬과 내분비계 개요를 먼저 보려고 합니다. 호르몬에 대한 새로운 발견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 조금은 고전적인 형태로 정리하려고 하고, 한자보다는 한글을 쓰려고 하는 편인데 입에 붙지 않는 용어들이 있어 갑상샘-갑상선 등 혼용해서 사용하더라도 이해해주세요.

■ 호르몬 신호전달 구분

호르몬이 표적 세포에 어떻게 도달하느냐에 따라 내분비를 구분합니다. 


▷ 내분비 (endocrine)
내분비 세포에서 생성된 호르몬이 혈중으로 방출되어, 혈류를 따라 표적 세포에 도달, 수용체에 결합해 작용합니다. 뇌하수체전엽‧부신피질‧갑상선 등 내분비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일반적으로 ‘호르몬’이라고 불러온 호르몬입니다. 
내분비기 신경세포에서 생성되는 신호를 전달하는 시상하부호르몬은 신경내분비(neuroendocrine)라 부릅니다.


▷ 주변분비 (paracrine)
세포에서 방출된 호르몬이 근접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해 작용하는 것으로 멜라토닌(melatonin), 세로토닌(serotonin), 소마토스타틴(somatostatin) 등의 호르몬이 속합니다.


▷ 자가분비 (autocrine)
말 그대로 스스로 방출한 호르몬이 자기 세포의 표면 수용체와 만나서 작용하는 것으로 엔도텔린(endothelin),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 등이 속하며, 면역반응이나 암세포 자가증식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 세포내분비 (intracrine)
세포내분비는 자가분비처럼 호르몬을 생성한 자기 세포에 작용하는데, 방출되지 않고 세포내수용체를 만나 작용하는 것으로, 전환 시점이나 표적 세포에 따라 주변 분비나 자가 분비를 겸하기도 해서 의미만 알아둘게요. 주변분비·자가분비·세포내분비 호르몬은 국소호르몬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하나 더! 소화액은 호르몬인가요?
땀이나 피지, 눈물, 젖 등 밖으로 분비되는 것을 외분비(exocrine)라고 합니다. 소화효소를 포함한 위액, 췌액, 담즙 등 소화액은 몸속에서 분비되는데 호르몬이라고 불러본 적이 없죠. 소화액은 소화관 내강으로 분비되어 음식물의 소화를 돕는 액체로 외분비로 구분됩니다. 소화관 내강은 입부터 항문까지 신체를 관통하는 터널 같은 개념이에요. 

■ 호르몬 합성과 화학구조적 구분

호르몬이 되려면 우선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를 합성이라고 하는데 크게 단백질과 지질 중 무엇으로부터 만들어졌느냐로 나뉘고, 단백질을 전구체로 하는 호르몬은 합성·저장되어 있다가 필요할 때 분비되고, 지질에서 파생되는 호르몬은 필요할 때 합성되어 바로 분비됩니다.


▷ 단백질·펩타이드 호르몬
유전자 전사·번역으로 아미노산들이 결합해 만들어지는 호르몬으로 작은 사슬부터, 폴리펩타이드, 단백질까지 포함하며 많은 호르몬이 여기에 속합니다. 포장되어 저장되어 있다가 필요할 때 방출되고, 친수성으로 결합단백질 없이 혈류를 타고 이동할 수 있고, 세포막 수용체와 결합합니다. 일부 결합단백질과 결합하는 호르몬과 안지오텐신Ⅱ처럼 세포내분비로 세포 내 수용체와 결합하는 펩타이드 호르몬이 있습니다. 기억하실 건 대부분의 펩타이드 호르몬은 결합단백질 없이 이동해 반감기가 짧고, 세포막 수용체를 만나 빠르게 작용한다 입니다.


▷ 스테로이드 호르몬
콜레스테롤에서 파생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필요할 때 합성되어 분비되는데, 펩타이드 호르몬과 달리 빨리 만들 수 있어, 많이 저장해 두지 않습니다. 유리된 채로 자유롭게 다니는 스테로이드 호르몬도 있지만, 대부분은 결합단백질과 결합해 이동합니다. 친유성으로 세포막을 통과해 세포 내 수용체와 결합, 반응은 느리지만 작용시간이 깁니다. 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안드로겐과 부신피질 호르몬인 코르티솔 등이 속합니다.


▷ 아민·아미노산유도체 호르몬
티로신(tyrosine) 트립토판(tryptophan)같은 아민(amine)을 전구체로 하는 호르몬으로 갑상샘호르몬, 카테콜아민과 인돌아민 등이 속합니다. 갑상샘호르몬은 스테로이드 호르몬처럼 결합단백질을 타고 이동해 세포 내 수용체를 만나 작용하고, 카테콜아민과 인돌아민은 펩타이드 호르몬처럼 수송 단백질없이 이동해 세포막 수용체를 만나 작용합니다.


▷ 지방산유도체 호르몬
아라키돈산, 리폭신, 트롬복산, 프로스타글란딘 등과 같은 지방산에서 파생된 에이코사노이드(eicosanoid)로, 다양하게 변환되어 호르몬처럼 신호를 전달하고 면역반응과 염증반응을 매개하는 생리활성물질입니다. 친유성이나 세포막 수용체와 결합하며, 대부분 국소호르몬으로 분류됩니다.

■ 호르몬 수송과 수용체

자가분비나 주변분비가 아닌 내분비에서는 호르몬이 혈류를 통해 이동합니다. 친수성인 단백질·펩타이드 호르몬은 대부분 혈류를 타고 자유롭게 이동하지만, 친유성인 스테로이드 호르몬 과 갑상샘호르몬(아민유도체지만) 등은 결합단백질과 결합해 이동합니다. 혈류라는 도로에 결합단백질이라는 차를 타고 이동한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빨리 가려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이동하려는 거예요.


결합단백질은 대부분 간에서 합성되는 글로불린과 알부민으로, ~결합글로불린, ~결합단백질처럼 특정 호르몬과만 결합하는 단백질이 있고, 알부민은 다양한 친유성 호르몬을 태우는 대신 느슨하게 결합합니다. 이렇게 결합단백질과 결합한 호르몬을 결합호르몬이라 하며, 결합이 끊긴 호르몬(차에서 내려 활성화된)과 결합단백질과 결합하지 않은 호르몬(처음부터 차를 타지 않고 활성화된)을 free hormone이라고 합니다. 유리호르몬이라고도 부르는데, ‘유리’라는 단어가 혼용이 있어 free로 사용할게요.


결합호르몬은 free hormone과 달리 혈장이나 간에서 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아 반감기가 연장되고, 신장 사구체를 통과할 수 없어 손실도 적어집니다. 안전한 이동 의미 이해되시죠. 결합단백질은 free hormone의 ‘저장소’ 역할을 하면서 혈장 free hormone 농도가 떨어지면 결합을 끊어, 순환하는 free hormone의 농도를 유지합니다. 결합단백질의 양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데, 질환 등 특정 상황에서 증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임신 중엔 결합단백질의 합성이 증가하고, 간질환에선 합성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결합단백질이 많으면 일시적으로 free호르몬이 적게 나타날 수 있고, 결합단백질이 적으면 free호르몬이 증가합니다. 

표적 세포에 도달한 호르몬은 자신에게만 반응하는 특정 수용체를 만나 정보를 전달하며, 표적 세포는 수용체를 늘리거나 줄여서 민감도를 조절합니다. 수용체가 없으면 정보가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내분비 질환은 표적기관 수용체 문제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세포막을 통과해 세포 내 수용체와 결합하고, 세포막을 통과할 수 없는 펩타이드 호르몬 등은 세포막 수용체와 결합합니다. 갑상샘호르몬처럼 세포막을 통과하진 못하지만 막수송단백질에 의해 세포 내로 이동 세포 내 수용체를 만나 작용하는 호르몬도 있습니다.
보통 세포막 수용체를 만나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 반응이 빠르고 작용시간은 짧습니다. 반면 세포 내 수용체를 만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방식은 과정상 반응은 느리고, 작용시간은 깁니다. 호르몬은 보통 간이나 세포질 내에서 분해되고, 담즙이나 소변으로 배설됩니다.

■ 호르몬 분비와 조절

신체는 내외부 환경 변화에도 체온·삼투압·혈당 등등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생명을 이어가도록 계속 움직이고, 신체 항상성 유지를 위해 호르몬은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호르몬마다 고유한 정보를 가진 것처럼 각각 고유한 경로에 의해 분비되고 조절되는데, 각 경로의 활성화는 동시에 이루어지기도 하고 서로 영향을 줍니다. 


상세는 내분비계를 하나씩 보면서 살피겠지만, 우선 호르몬 분비를 자극하는 요인은 크게
혈당이 높을 때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는 것처럼 체액 변화에 따른 1. 체액 자극
ACTH에 의해 코르티솔이 분비되는 것처럼 분비 호르몬에 의한 2. 호르몬 자극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 분비를 자극하는 것처럼 신경에 의한 3. 신경 자극
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이 요인으로 호르몬 억제도 이뤄집니다. 


항상성 유지를 위해 호르몬은 각 경로에서 음성되먹임(negative feedback, 음성피드백)으로 조절됩니다. 음성되먹임은 특정 반응의 최종 산물이 거꾸로 반응을 억제하는 것으로, 아래 갑상샘호르몬을 예로 들면 시상하부 TRH → 뇌하수체 TSH → 갑상샘 T4·T3 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최종 산물인 T4·T3의 혈중농도가 정상범위보다 높으면 시상하부와 뇌하수체의 TRH과 TSH 분비가 억제되어 결과적으로 T4·T3 분비가 억제됩니다.
호르몬의 양성되먹임(positive feedback)은 출산이나 배란 때 볼 수 있는데 최종 산물이 분비를 더 촉진하는 것으로 호르몬이 계속 증가합니다. 이건 특수 상황이고 호르몬이 계속 분비되면 기능도 항진되어 문제가 발생해 대부분 호르몬은 ‘이제 그만’이라는 음성되먹임으로 항상성을 유지합니다.

■ 주요 호르몬과 내분비계 질환

내분비기와 주요 호르몬은 인체 호르몬 그림으로 대체하고, 뇌하수체, 부신, 갑상샘, 인슐린 등은 따로 정리하겠습니다. 내분비기는 신체 여러 곳에 흩어져있지만, 완전 별개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로 소통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특정 내분비계 질환이 다른 내분비계나 표적 장기의 질환을 유발할 수 있고, 드물지만 다발성 내분비 종양이나 자가면역질환에선 여러 내분비계 질환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내분비계 질환은 호르몬 합성을 자극하는 신호 → 합성할 공간(내분비기)과 재료 → 분비 신호와 이동수단 → 신호를 받을 표적 세포와 수용체) → 대사되어 배설되는 경로에서 문제가 발생해 호르몬의 기능이 저하되거나 항진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각 내분비계에서 보겠습니다. 성장과 발달에 관여해 근골격과 장기뿐 아니라 피부·피모에도 영향을 주고, 항상성 유지를 위해 에너지를 동원하기 위한 대사기능으로 내분비계 질환은 대부분 신진대사 이상을 동반합니다. 아프면(내분비 질환이 아닌 다른 질환이어도) 병태에 맞춰 내분비계가 작동해 각 호르몬 수치는 물론 CBC, 간과 신장, 전해질 등 혈청 수치들도 영향을 받습니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호르몬 기능의 저하나 항진의 원인별로 구분해 두고 이에 맞춰 진단하고 치료하는 프로토콜이 기본적으로 마련되어 있는 편이지만, 호르몬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함께 시간이 지날수록 전형적인 형태를 벗어나는 질환들이 계속 발견됩니다. 이 경우 수의사의 판단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수의사와 보호자 간의 신뢰는 치료 방향에 큰 영향을 줍니다. 제대로 진단되고 잘 치료받기 위해 내분비 질환이 있거나 의심된다면 내분비계에 대해 알아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 이 글은 티스토리와 네이버블로그, 아반강고 에 게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