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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yin-sof/▒▒ 땡이신장일기

사랑해 막둥아~^^

막둥인 2004년 10월 14일 새벽, 위에 세 형아와 누나가 태어나고 나서 두 시간 뒤에 꼬물거리며 태어났어요. 그 해 11월 말에 셋째인 번개와 함께 당시 학생이던 세 누나들의 집으로 오게 됐어요. 기말고사기간이었는데 둘이 밤마다 너무 싸워서 아무래도 둘은 무리다라고 생각해서 막둥이는 바로 엄마집으로 보내졌다가 한달 후에 다른 후배네 집으로 입양을 가게 되었어요.

 

 

그 후배는 강아지를 무지 예뻐했는데, 정작 집엘 잘 갈 수 가 없었고, 강아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후배의 부모님과 1년 반을 넘게 지내다가 대소변을 못 가린단 이유로 파양이 됐었죠. 그 소식을 듣고, 졸업을 했기에 막둥이와 가족이 되고 싶다고 말해서 2006년 9월 다시 제게 오게 되었답니다.

 

제게 다시 왔던 때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요. 체격에 비해 살이 없어서 4kg남짓했었고, 첫 날은 잠도 잘 못 잤어요. 쉬야를 안 하길래 어색해서 그런가?했는데 다음 날도…셋째 날 아침에 오늘도 쉬야를 안 하면 병원을 가야겠다 하면서 눈을 돌렸는데, 바들바들 떨고 있는 막둥이와 눈이 마주쳤어요.

 

엉덩이를 땅에 거의 붙인 채, 쉬야를 한다기 보단 너무 차서 그냥 흘러나오는…한강이 되어가는 쉬야 위에서 온 몸을 떨면서…그 큰 눈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가득해서는 ‘저 혼내지 마세요…’라고 간절하게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죠.

 

대소변 가리는걸 가르쳐 주지도 않았으면서 대체 얼마나 혼났길래 이 지경이 되었을지…괜찮다고 괜찮다고 다독거리며 젖은 발을 닦아주고…병원을 갔더니 트라우마가 있는 듯 하다고,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지만 많이 사랑해 주라고 하더군요. 쉬야를 해서였는지 특별한 문제는 없었고, 신장은 기능이 75%이상 떨어지기 전까진 잘 모른다는 사실도, 아니 신부전에 대해 전혀 몰라서 주의를 해야 된다는 생각도 못 했었어요.

 

 

산책을 가면 쉬야를 잘 했는데, 집에서는 자꾸 참으려고 해서 교정하는데 한참을 보냈어요. 번개가 쉬야하면 칭찬해 주는 걸 보여주면서 가르쳤는데, 간혹 형만 예뻐하는 줄 오해하기도 하고^^ 그렇게 치유의 시간들을 보내고, 찾아온 봄
무겁긴 하지만 체중은 5kg가 넘었고, 밥도 잘 먹고 표정도 밝아지고, 둘이 동네 강아지 라인도 평정해서 번개와는 떨어질 수 도 없는 최고의 형제가 되었어요.

 

너무 잘 달려서 산책시킬 때 막둥이 속도 쫓아가려면 체력도 있어야 했구요. 보여주고 싶은 것도,알려 주고 싶은 것도 많아서 산이며 바다며 여행도 많이 다니고, 가능한 한 항상 함께 그렇게 행복하기만 했는데…


 

 

 

2011년 9월, 일이 많아 제가 바빠지면서 산책수가 줄고, 막둥이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BUN 180, Cr 7.1, Hct 17.8의 재생불량성빈혈인 만성신부전 4기 혹은 말기? 이대로는 한 달도 어렵고, 수액이나 보존치료들로 버티면 3개월 정도라는 진단을 받았죠. 수액을 붓다시피 하는데도 수치는 내려갈 생각도 안 하고, epo를 사용해도 빈혈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었죠. 이땐 신부전이 뭔지 잘 몰라서 병원에 막둥이 담당이던 원장쌤이 오프이던 날, 레지던트 정도되는(지금은 다른 병원으로 옮긴) 다른 쌤이 GFR을 보려면 신장조영을 하면 된다고 해서 조영제도 먹였었어요-_-

 

좋아질 기미도 안 보이고, 막둥이는 힘들어만 해서 병원 가는 횟수를 줄이면서 홈케어를 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어요. 처방사료의 재료들이 마음에 안 들어서 자연식을 해주고 싶었는데, 병원에서 안 된다고 해서 병원을 잘 안 가면서 제 맘대로 홈케어 계획을 세웠죠. 수의학 공부를 시작하면서 내가 얼마나 아가들에 대해 잘 몰랐는지도 알게 되었고, 아가들의 마음을 읽기 위해 노력도 하게 됐어요.

 

 

기적처럼…기적이라기 보단 막둥이가 삶에 대한 의지가 강했기에 여전히 수치는 높았지만, 다시 잘 먹고 잘 뛰어 놀게 됐어요. 빈혈도 자연스레 좋아졌고, 4.7kg가까지 갔던 체중도 다시 5.8kg으로 복귀하고 다시 행복한 날들이 이어졌어요^^ 병원에서도 믿을 수 없다고 할 만큼 너무 건강한 모습만 보여줬고, 9살 생일파티도 잘 보냈었죠.

 

 

병원 가기 전에 가을 여행도 다녀왔어요. 차우차우에게 물리는 사고 이후, 컨디션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왠지 불안해서…다녀오고 싶었어요.

 

그리고…지난 한 달간의 이야기로 이어지네요.

음...이 이야기는 카페에만 적었나봐요^^;; 아픈 아가들을 보호하는 분들 오세오~ http://cafe.naver.com/healingdogcat

 

 

투석을 결정했던 날, 그날만 4번의 쇼크가 왔었고, 2차병원들에서 오늘도 넘기기 어렵다고 투석을 거절했어요. 쌤이 건대에 얘기해서 가기로 했다가, 투석 시작하면 쇼크사가 올 수 도 있다고 해서…그보다 함께 있지도 못 하는 곳에서 이별을 하게 될까 무서워서 쌤이랑 복막투석이라도 해보자고 했던 거였어요.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요즘 막둥이한테 소홀해져서, 주의를 안 해서 갑자기 아팠던 것은 아닐지…투석을 좀 더 일찍 했더라면 이라는 생각도 해 봤는데, 투석이 작은 막둥이에게 정말 큰 고통이었으니 모르겠네요. 누군가는 소용없는 투석을 해야 했는지를 묻기도 하고, 고통이 심하면 빨리 보내주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도 해요. 다양한 의견들이 있겠지만, 제 선택 기준은 막둥이였어요. 말을 해주진 않지만, 온 몸으로 원하는 것을 표현해 주었거든요.

 

사실 카페에 마지막 글을 쓰긴 전에 신장이 아예 멈췄다는 걸 확인했어요.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걸고,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봤지만… ‘누나 이제 집에 가자’ 라고 하는 듯한 눈빛에 집으로 돌아왔어요.


이제 몇 시간…도 안 남았을 거라 했는데… 형이랑 누나들이랑 인사도 하고, 번개랑도 인사하기 위해서 며칠을 더 버텼나 봐요. 무언가 나름의 마지막 일들을 하고 있다는 느낌…


램프가 꺼지듯이 신장이 멈추고 나니 하나씩 장기들이 꺼져갔어요. 그런데도 끝까지 아프다고 한 번 안 한 녀석이네요.

 

뒷다리를 전혀 쓰지 못 해서 일어서는 것도 못 했는데…


마지막 인사를 할 때요. 갑자기 앞발로 서더니 몸을 질질 끌어서 배변판으로 가는 거에요. ‘막둥아 뭐 하려고?’ 했더니 배변판에 올려달라는 것 같아서 허리를 잡고 세워줬어요. 장에 남아 있던 음식물이 쏟아져 나오더라고요. 그러곤 그대로 풀썩. 배변판에 하면 칭찬해 주니까 칭찬이 듣고 싶었을까요…

 

기운이 없어서 축 늘어진 아가를 안고, 눈을 바라보면서 ‘잘했어’ 라고 하니 눈을 한 번 깜빡, 그리고 숨 한 번…

 

다시 ‘사랑해’라고 했더니 눈을 깜빡, 그리고 마지막 숨을 내쉬며 떠났어요.

 

 

몸을 닦아주고, 붕대 같은 것들도 다 떼주고…폐에 찼던 피가 자꾸 흘러나와서 닦고, 또 닦고… 하루만 더 같이 자려고 옆에 두었는데, 그냥 곤히 잠든 것 같아서…숨을 쉬고 있는 듯한 착각도 들구요. 참았던 눈물이 잘 안 멈추네요. 지금도 믿어지지 않아요. 옆에 있는 것 같아서 자꾸 찾게 되네요. 하지만 번개를 위해서 눈물은 금지에요.

 

화장을 해줄지, 아빠 산소에 가서 좋은 곳에 묻어줄지 고민하다가 막둥이 엄마 옆에 묻어주기로 했어요. 막둥이 엄마랑 번개랑 무지 닮아서 어색하지도 않을 거고, 엄마니까 막둥이도 덜 무섭겠죠. 편지도 써주고, 일년간 금지됐던 제일 좋아하던 우유먼치껌도 9살이니까 9개. 준비를 하고 병원에 들려서 쌤이랑 인사도 하고, 봄이 되면 막둥이가 좋아하는 다육이도 심어주려구요. 해가 잘 드는 곳에 있긴 한데, 겨울이라 춥진 않을지 걱정했는데, 그곳은 이상하리만큼 따뜻하대요. 거리가 좀 되는 곳이라 막둥이 엄마네 집에서 매일 봐주고 있어서 안심이에요.

 

막둥이는 정~말 착해요. 그러니 이제 좋은 곳에 갔겠죠. 나중에 막둥이 만나려면 저도 착한 일만 하며 살아야겠어요. 더 이상 아픈걸 참지 않아도 되고, 힘든 치료도 없으니 다시 웃으면서 기다려주면 좋겠네요. 지난 1년은 막둥이 자체로 제겐 기적의 시간들이었어요. 이 작은 아가가 제게 나눠준 사랑에 항상 감사하며 살려고요^^

 

 

 

막둥이가 아픈 아가들에게 힘내라고 전해달래요. 몸이 좀 아프더라도 마음만은 건강하고 행복하래요. 아파도 아프지 않아도 언젠간 헤어져야 하는 것, 그 시간이 조금 일찍 찾아왔다고 슬퍼하지도 말고, 다시 만날 날을 위해 좋은 추억들 많이 많이 남겨두라네요.


 

 

오늘도 냉장고를 열었다가 막둥이 약병들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약을 꺼내 먹이려고 막둥이를 찾았어요. 참 바보 같죠. 번개는 밥도 잘 안 먹고, 새벽엔 현관 앞에 가서 울어요. 생전 안 가던 막둥이 침대에 가서 잠들기도 하고…전 그래도 괜찮을 수 있는데, 번개에겐 이 상황이 감당하기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병원에선 막둥이 누나도 신부전이었고, 번개가 신장수치가 튄 적이 있었으니 잘 관리하자고 하는데, 지금 이 시간들이 독이 될까 너무 두렵네요.

 

막둥이와 함께 병원에서 밤을 지새던 기간 동안, 쌤들한테 수의학서도 많이 빌려보고, 최근 논문이랑 세미나 자료들도 많이 얻었어요. 간호 팁도 배우고, 이상한 병원 이야기도 듣고, 나쁜 수의사와 공부 열심히 하는 수의사가 누군지도 듣고, 24시간 병원이라 왔다갔다하는 아픈 아가들과 다양한 스타일의 보호자들도 보고, 하나씩 정리해서 알려드리고 싶은 것도 많네요. 막둥이가 절 공부시키려고 했나 봐요.

 

 

모든 분들께 너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제게도 막둥이에게도 큰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어요. 건강하게 잘 버텨서 아픈 아가들에게 응원을 해주고 싶었는데, 이리 떠나게 되어 속상한 맘에 막둥이가 더 힘을 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 여러분들 막둥이 무지개 다리 건넜다고 우울해 하지 마시고, 응원만 받아가세요. 슬퍼하시면 막둥이가 편하지 못 할 것 같아요. 꼭 약속하기에요^^ 긴 글 읽으시느라 고생하셨어요^^